이야기 통해 전통·연구·소통의 꽃 피워요

전문성, 대중성, 지역성, 환원성 목표로 활동
설화 독해로 어휘 학습 및 글쓰기 역량 강화
설화 읽기 모임, 이야기 좋아하는 전대인 환영

▲지난 3월 13일 우만메 모임 참석자들의 모습이다.
▲우만메 모임 참석자들이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산학협력단은 학계와 산업체,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연계를 통해 원활하게 연구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다. 오늘도 우리 학교의 미래가치를 열기 위해 밤낮으로 달리고 있는 산학연을 전북대신문에서 만나봤다. <편집자 주>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이면 인문대 1호관 507호 이야기연구소에서 이야기 소모임이 시작된다.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탁자에 둥글게 둘러앉아 각자 조사해 온 설화를 소개한다. 탁자 한가운데에는 전북 권역 지도를 펼쳐두고 설화의 배경을 짚어보며 설화 속 과거의 모습을 그려본다. 세월에 가려진 우리나라의 재미난 이야기들을 찾아 다시금 숨결을 불어 넣는 국어국문학과 부설 이야기연구소를 방문했다.

지난 2021년 개소한 이야기연구소는 국어국문학과 고전문학 교수진이 학생들의 연구 및 실습 활동 기반을 마련하고자 설립했다. 이야기연구소는 현재 이정훈(인문대·이야기연구소) 연구교수를 주축으로 설화와 무형유산 연구를 활발히 이어간다. 주로 『한국구비문학대계』 등에 수집된 설화를 읽고 설화 속 방언, 지식, 신앙 전통에 관계된 모든 무형유산을 연구한다.

이야기연구소는 ‘전대지환’의 정신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전대지환이란 전문성, 대중성, 지역성, 환원성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이에 따라 설화를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강연 기획 및 교육 자료 제작 등의 활동을 이어가며, 전문적인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서도 노력한다. 또한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발생한 수익을 장학금으로 환원하는 것이 이야기연구소의 목표다.

이야기연구소의 대표적인 활동은 이야기 모임 ‘우만메’다. 우만메는 ‘우리만의 메르헨’의 줄임말이며 메르헨은 독일어로 옛날이야기나 동화를 뜻한다. 지난해 처음 시작된 우만메는 매주 한 시간씩 모여 설화를 읽는 모임으로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됐던 ‘이야기 세미나’가 전신이다. 이야기 세미나에서는 이정훈 연구교수와 서너 명의 학생이 함께 『데카메론』, 『시학』 등의 책을 읽었다. 이정훈 연구교수는 “혼자서 이야기를 읽는 것도 좋지만 여러 명이 함께할 때 더 다양한 생각들이 나온다”며 모여서 공부할 때의 장점을 설명했다.

설화를 함께 읽고 나누고자 시작된 우만메는 매주 수요일 오후 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이야기연구소에 모인다. 각자 『한국구비문학대계』 속 설화를 읽고 탐구한 뒤 화소, 단어, 단상을 정리하며 이야기 소개를 준비한다. 지난 3월 13일 모임에서는 완주군 고산면 설화를 주제로 △아버지의 쾌유를 위해 손가락을 바친 기계유씨 효자 이야기, △산신 호랑이를 구한 구효자 이야기, △말우리와 말동구리에 얽힌 전설을 살펴봤다.

이야기 소개 준비 과정은 수련과 연구의 기회가 된다. 이정훈 연구교수는 설화가 공부, 글쓰기, 토론, 말하기의 교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화소 정리를 통해서 이야기 파악 및 요약 역량을 기를 수 있고, 설화에 등장하는 방언 등 낯선 단어를 정리하며 어휘를 학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단상 작성 과정에서는 해당 설화에 대한 개인 의견을 담아 글을 쓰기 때문에 에세이 작성 연습도 가능하다.

우만메가 읽는 『한국구비문학대계』 속 설화는 1980년대 구술이 주를 이뤄 난도가 다소 높다. 이정훈 연구교수는 “설화의 화소 정리를 위해서는 한 설화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어야 하고 설화를 읽던 도중 내용이 끊어지는 경우도 많아 읽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지속해서 설화를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정훈 연구교수는 채록된 원본 설화를 읽는 것은 자기 입으로 고기를 씹어 먹는 것이고 동화 등으로 정돈, 번역된 설화를 읽는 것은 다른 사람이 씹어준 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채록된 원본 설화만이 가져다주는 유의미한 배움이 있는 것이다. 이어 “채록된 원본으로 읽어본 뒤 배경지에 방문해서 어르신께 직접 말을 듣고 정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설화 한 장 한 장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진지하게 연구하는 학생들은 구연동화를 하듯 소리 내 읽어보거나 채록된 원본 음원을 들으며 여러 차례 다시 읽는다”고 설화 연구 방법을 설명했다.

올해로 2기를 맞은 우만메 중 일부 인원은 ‘이공우’라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공우는 ‘이야기 공동체 우만메’의 줄임말이다. 우만메는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지만 이공우는 현재 구성된 네 명의 멤버가 고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만메 혹은 이야기연구소 주최 활동에 우수하게 참여한 학생 중 일부가 이공우 운영을 전담한다. 즉, 이공우의 1차 관문이 우만메 활동인 셈이다.

이공우는 △이야기 읽기 모임(우만메 활동과 동일), △모여라 이야기 극장(대중에게 이야기 공유), △논술 프로그램 교재 개발의 총 세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전북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 참여팀에 지정돼 알찬 한 해를 보낼 예정이다. 정채은(국어국문·21) 이공우 대표는 “설화를 읽고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교재를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따라서 이공우에서 진행하는 활동이 하나의 맥락을 갖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공우는 논술 프로그램 및 교재의 성공적인 개발 이후 상업적 전환까지 목표로 두고 있다.

이외에도 이야기연구소는 호남학 강의, 전통놀이 연구 등을 진행하며 전통 보존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 총 8차례 개최한 ‘전대지23’은 전북의 고전문학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강좌 프로그램으로 한국학호남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열렸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백제 무왕, 무성서원 등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러나 한국학호남진흥원에서 관련 사업이 사라져 올해 ‘전대지24’의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이정훈 연구교수는 “경비 지원을 받아 이러한 대중 강연 개최를 활발히 할 수 있게 되면 많은 학생에게 도움 될 것”이라며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총 14강을 기획했는데 현재 8강까지밖에 못 해 아쉽다”고 전했다.

이정훈 연구교수는 이야기연구소를 운영하며 힘들었던 점으로 연구 지원 부족을 꼽았다. 현지 조사에는 돈이 많이 필요하기에 설화 조사 관련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윷놀이 등에 대한 조사는 많이 이뤄졌지만 설화 조사는 관련 지원이 없어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이정훈 연구교수는 “학생들이 현지 조사에 관심 갖고 열심히 하고 있기에 같이 할 수 있는 사업이나 프로젝트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야기연구소는 오는 하반기 문화재청의 ‘2024 전승공동체 활성화 지원 사업’ 대상자에 선정되는 것이 목표다. 해당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 설화 활성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문화재청이 설화를 무형문화재로 등록할 예정인 만큼, 점차 사라지고 있는 설화 현장에 직접 찾아 나설 계획이다. 이정훈 연구교수는 “이야기연구소와 청년공동체 이공우가 설화 활성화를 위해 준비 중이니 많은 기대 바란다”며 관심을 독려했다.

이야기연구소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이정훈 연구교수는 “특히 설화 읽기 모임은 개인의 역량과 열정,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야기만 좋아한다면 전공과 관계없이 누구나 이야기연구소의 모임을 만들 수 있다고 소개한다. “이러한 점조직을 10개 정도 만들어서 합이 맞고 즐거운 사람끼리 연결 지을 수 있는 네트워킹 매개를 구성하고 싶어요. 설화를 간편하게 읽고 싶다면 언제든지 이야기연구소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이야기연구소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219-5684, kstorylab2021@gmail.com으로 문의하면 된다.

백선영 기자 seonyoungkk@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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