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힘든 시기다. 그래서 일까. 이번 최명희청년소설문학상 대학부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청년들의 고민보다는 다방면의 사회적 문제들이 소재로 등장했다. 가족과 취업 문제는 물론이고, 죽음과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묻어나는 작품들이 많았다. 소설 안에서 청년의 고민은 단순히 눈앞의 문제뿐만 아니라, 미래를 도모하기 위한 상상력이 주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응모작들의 음울한 분위기는 요즘 청년들이 자각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듯해 마음이 무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리얼리티는 단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충실히 재현하는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아무리 시의성 있는 전언이라 하더라도, 소설적으로 충분히 형상화되지 않는다면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소설의 메시지와 형상화가 서로 조화를 이룰 때 독자는 그걸 현실로 받아들인다.

 

응모작품 가운데 주로 논의했던 작품은 네 작품이었다. 그 가운데 ‘탈피’는 대기오염으로부터 비롯된 인간의 외형적 진화가 새로운 차별과 혐오를 생산하게 된 사회를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상상력에 더해 빠른 서사 전개로 가독성이 좋았지만, 충실한 세부의 재현이 뒤따르지 않는 상상력의 한계 또한 갖고 있었다. ‘유영’은 비교적 안정된 문장으로 희망이 좌절된 청년의 삶을 단편 소설의 분량에 알맞은 사건을 통해 잘 드러내고 있지만, 중심사건이 별다른 긴장감을 주지 못한 채 결말에 다다르면서 너무 성급히 주인공의 삶을 의미화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남았다. ‘shameless’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나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하지만 인물과 배경을 드러내는 방식에 비해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역량이 다소 부족했다.

 

당선작 ‘검은 피 캠프’는 주제와 분위기에 있어 응모작 중 가장 눈에 띈 작품이다. 할아버지의 병세가 손녀의 드센 기 때문이라고 믿는 부모에 의해 낙주기센터라는 사이비 종교단체의 캠프에 다녀오게 된 이야기를 다소 특이한 문체로 서술한다. 특히 검은 피가 갖는 알레고리가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형으로 기술하는 독특한 서술방식과 만날 때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섬뜩함이 아주 오랫동안 반복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예감이 들게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의 매력이기도 한 문체가 이 소설의 단점이기도 한데, 좀 더 정확한 문장을 쓴다면 더 좋은 소설이 되리라 믿는다. 응모해준 모든 이에게 심심한 위로와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심사위원 백가흠 임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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